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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내 손으로 키운 작은 자연, 주말농장 이야기

by urbanisy 2025. 7. 11.

바쁘게만 돌아가는 도시에서 주말마다 마음을 기대게 되는 한 공간이 있습니다. 고양시 덕양구, 북한산 자락 아래에 자리한 ‘원두막 주말농장’. 올해 봄부터 시작한 이 작은 텃밭은 어느새 제 삶의 쉼표가 되었고, 스스로를 가꾸는 시간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토마토를 따서 바로 입에 넣고, 쌈채소를 수확해 가족의 식탁에 올리는 일상의 기쁨.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 이 이야기를 지금부터 전해드릴게요.

작은 텃밭이 주는 큰 위로 (주말농장)

경기 고양시 덕양구 북한산로 473-7. 이 주소는 이제 제 마음속 풍경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바로 ‘원두막 주말농장’이 있는 곳이에요. 봄에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였습니다. 삽을 쥐는 법도, 모종을 심는 깊이도 몰랐죠. 그때 사장님과 함께 일하시던 분이 제 손을 잡고 천천히 하나하나 알려주셨어요. 모종을 함께 심고, 물 주는 방법과 햇볕 잘 드는 방향까지 꼼꼼히 설명해 주셨죠.
그렇게 시작된 주말농장 생활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저를 이끌었습니다.
마음이 복잡할 땐 텃밭 흙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차분해졌고, 풀을 뽑으며 쌓였던 생각들도 정리됐어요. 땀이 이마를 타고 흐를 때쯤이면, 원두막 아래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햇살은 뜨겁지만 바람은 시원하고, 주변은 초록이고...  조용한 이곳이 도시인에게는 그렇게 좋을수가 없습니다. 올해는 모종도 남이 심어준 것이지만, 내년에는 스스로 심어볼 생각입니다.
초보 티를 벗고, 진짜 ‘내 농장’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자연도, 작물도, 그리고 제 자신도요
.

오늘의 수확, 토마토 그리고 첫맛의 감동

텃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발걸음이 닿는 곳은 토마토 줄기 앞입니다. 요즘은 토마토가 가장 먼저 절 반겨줘요.
붉게 익은 녀석들을 손으로 조심히 따서, 바로 입에 넣습니다. 햇볕을 잔뜩 먹고 익은 토마토는 당도도 높고, 그 맛이 꽤나 깊어요. ‘이건 정말 내가 키운 거구나’ 하는 생각에 매번 감탄하게 됩니다.
토마토 줄기는 키가 부쩍 자라서 어느덧 제 어깨에 가까워졌고, 초록 이파리 사이로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걸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올봄에 사장님 도움 받아 심었던 작은 모종 하나가 이렇게 자랐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그 작은 시작이 이토록 벅찬 결실로 이어진다는 걸, 이 주말농장이 알려줬습니다.
오늘은 친구도 함께 왔어요. 보여주고 싶었는데 마침 날씨도 좋고, 작물들도 한껏 자란 시기라 좋은 날이었죠. “맘껏 따가!” 하고 웃으며 말했는데, 친구가 들뜬 얼굴로 상추도 따고 고추도 따고, 마치 아이처럼 즐거워했어요. 친구와 함께한 그 시간이, 토마토 하나보다 더 달게 기억에 남습니다.

쌈채소로 물든 식탁

텃밭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쌈채소들입니다. 상추, 로메인, 깻잎, 고추, 고수, 당귀까지. 직접 키우는 채소는 정말 다릅니다.
무농약으로 자란다는 믿음도 있지만, 매일같이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지는 채소라서 그 신선함이 다릅니다.
툭툭 잎을 따고, 흙 털어 집으로 가져오면 그날 저녁 밥상이 특별해져요. 쌈 싸 먹는 그 순간엔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지곤 합니다. ‘이거 내가 키운 거야’ 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죠.
친구에게도 싸서 줬더니 “와, 향이 너무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특히 고수와 당귀는 향이 강해서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저는 그 진한 풀 향이 너무 좋아요.
매주 농장에 다녀오면 쌈채소가 냉장고에 가득 쌓이는데, 그 모습만 봐도 흐뭇해집니다. 햇살 좋은 날엔 쌈채소가 유난히 잘 자랍니다. 요즘처럼 비도 적당히 오고 하루가 다르게 크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상추 잎이 넓어지고, 깻잎도 풍성하게 자라나며, 고추는 어느새 가지마다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자연은 묵묵히 자라고, 저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주말농장은 제게 ‘노동’이라기보단, ‘’입니다.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손에 흙이 묻는 그 과정이 오히려 치유가 되었습니다.
혼자일 때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면 더 좋아지는 공간. 옆밭 주인 분들과 나눈 이야기, 친구와 웃으며 채소를 따던 오늘, 그리고 내년엔 모종도 스스로 심어보겠다는 소박한 꿈까지.
도시의 틈에서 찾은 이 작은 텃밭이 제게 참 큰 위로가 되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