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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고사를 느낀 특별한 하루 (필라르 대성당, 광장, 사진 한 장의 기적)

by urbanisy 2025. 6. 29.

스페인의 다섯 번째 대도시 사라고사는 고대 로마의 유산과 현대적인 감성이 어우러진 매혹적인 도시입니다. 특히 바르코 양식으로 지어진 필라르 대성당, 고야의 프레스코화, 자유로운 분위기의 필라르 광장, 그리고 현지에서 바로 튀겨낸 츄러스까지—건축, 문화, 야경, 미식이 하나로 어우러진 경험은 여행자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3월 23일, 실제 방문한 생생한 기록을 통해 사라고사의 매력을 총체적으로 살펴봅니다.

바로크 건축의 정수, 필라르 대성당

필라르 대성당 앞

 

사라고사의 중심에는 도시의 상징이자 영적 중심지인 필라르 대성당(Basílica del Pilar)이 있습니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11개의 둥근 돔이 탑처럼 펼쳐져 있으며, 특히 해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든 지붕의 타일 장식은 한 폭의 그림과 같습니다. 성당 외부에서 느껴지는 장엄함은 내부에서도 이어지며, 정교한 조각과 구조, 스테인드글라스가 조화를 이루어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을 느끼게 합니다.
대성당 내부의 하이라이트는 고야(Francisco de Goya)의 프레스코화입니다. 성인의 생애를 담은 이 대형 벽화는 고야가 젊은 시절 작업한 대표작 중 하나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천장을 올려다보며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프레스코화는 단순한 종교 예술을 넘어, 사라고사의 예술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레지나 마르티 룸’에서 직접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 순간은 사라고사의 예술적 깊이를 가장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광장에서 만난 감성, 문화 그리고 뜻밖의 선물

Zaragoza Refoto 신문

 

필라르 광장(Plaza del Pilar)은 대성당 바로 앞에 자리한 넓고 열린 공간으로, 사라고사의 문화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이곳에서는 거리 공연과 예술 전시가 자주 열리며, 유럽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 속에서 여행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낮에는 활기찬 에너지가 넘치고, 밤에는 조용한 조명 아래 차분한 감성을 느낄 수 있어, 지역 주민과 여행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휴식처입니다.
그날 광장에서 산책을 즐기던 중, 갑자기 “팡!” 하고 터지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더니, 길거리 한쪽에서 사진 촬영을 하던 팀이 저희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처음엔 ‘이렇게 접근해서 돈을 받으려는 건가?’ 싶어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놀랍게도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신문 형식의 기념 인쇄물을 무료로 만들어 건네주는 이벤트였습니다.
그들은 현지에서 활동하는 “Zaragoza Refoto” 팀이었고, 관광객들의 모습을 담아 즉석에서 작은 신문처럼 꾸며주는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고 감성적인 그 신문은 예상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고, 현지 감성이 가득 담긴 느낌이었습니다. 기뻐하는 저희를 보고 몇 장을 더 찍어주었고, 미안해 하자 “기부는 자유입니다, 원하시면 조금만 하셔도 돼요”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여행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던 저희는 감사의 의미로 소정의 금액을 기부했고, 그 짧은 순간이 오히려 따뜻하고 뜻깊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신문 상단에는 **“Refoto del 1993”**라는 이름과 함께 날짜가 인쇄되어 있었고, 그날의 사진이 표지처럼 실려 있었습니다. 평범한 하루였던 그 순간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특별하게 다가왔고, 사라고사라는 도시가 우리에게 선물한 가장 감성적인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야경과 츄러스, 여행의 완성

야간의 사라고사

 

밤이 내려앉은 사라고사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필라르 대성당의 지붕과 탑은 조명에 반사되어 황금빛으로 반짝이며, 주변 건물과 함께 광장을 황홀하게 채웁니다. 도시가 조용히 어둠에 잠길 때, 대성당은 더욱 빛나며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감정을 줍니다. 이 야경은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고, 꼭 직접 봐야 그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들른 츄러리아(Churrería)는 또 하나의 감성 포인트였습니다. 갓 튀겨낸 뜨거운 츄러스를 진한 초콜릿에 찍어 한입 먹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모두 녹아내리는 듯했습니다. 사라고사의 츄러스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여행의 감성을 완성해주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사라고사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감동이 곳곳에 숨어 있는 도시입니다. 예술과 건축, 음식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며, 예기치 못한 감성까지 선사하는 도시—바로 이곳이 사라고사입니다. 필라르 대성당의 웅장함, 고야의 예술, 광장의 자유로움, 신문으로 받아든 뜻밖의 선물, 그리고 츄러스 한입까지. 2025년 3월 23일, 이 특별한 하루는 그 어떤 여행보다 강렬한 감정으로 남았습니다. 당신도 이 도시를 걸어본다면, 분명 같은 감동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