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사라고사 감성 가득한 밤, 여행의 끝자락에서 (기억, 여운, 그리고 다시 바르셀로나)

by urbanisy 2025. 6. 30.

사라고사에서의 마지막 밤, 그리고 바르셀로나로 돌아가는 여정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었다. 함께 회사생활을 했던 언니와 떠난 이 여행은, 한 잔의 술과 한 끼의 식사 속에 수년간의 기억과 진심을 담았다. 이제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를 만나러 가는 대단원의 마지막 일정만을 남겨둔 지금, 감성으로 채워진 그 여정을 기록해 본다.

기억을 나눈 한밤, 사라고사에서의 진심

사라고사의 밤은 조용하지만 묵직했다. 마지막 밤, 오래된 바에 마주 앉은 우리는 잔을 채우고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갔다. 함께 다니던 회사, 야근으로 점철된 프로젝트, 서로를 지탱해 주던 순간들. 일터에선 업무 동료였지만, 오늘은 여행의 동반자이자 친구로서 진심을 나눌 수 있었다. "너 그때 진짜 힘들었지?" 언니의 그 한마디에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알 수 없는 울림이 터졌다. 오랜 시간 함께 겪어온 일상 속의 묵은 감정들이, 와인 한 잔을 통해 조용히 떠올랐다. 우리의 대화는 끝나지 않았고, 가로등 아래에서 조용히 이어졌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밤이었겠지만, 우리에게는 수년의 기억과 감정을 나눈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이 도시를 다시 찾지 않더라도, 그 감정은 사라고사의 밤공기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여운 속 긴 이동, 바르셀로나로 돌아가는 길

바르셀로나로 가는 버스안

 

새벽의 사라고사는 차분했다. 마지막 여정을 위해 짐을 챙기고 정신없이 호텔 조식을 먹고 나왔을 때는,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하늘 아래에 별빛이 희미하게 떠 있었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우리는 말없이 잠에 빠졌다. 몇 시간 후, 휴게소에 도착했다. 내려서 따뜻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셨다. 차가운 공기와 강한 커피의 향이 어우러지며, 잠이 덜 깬 머리를 천천히 깨웠다. 그 한 잔이 주는 기쁨은 예상보다 컸다. 이른 아침의 풍경과 나란히 선 언니의 모습, 이 순간은 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사라고사에서 바르셀로나까지의 3시간 반은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조용히 정리되는 시간이었다.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깨달았던 여정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한 끼, 그리고 가우디를 기다리며

바르셀로나 해변 식당

 

도착한 바르셀로나는 처음 이 도시를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더는 관광객의 시선이 아닌, 감정을 지닌 여행자로서 이 도시에 서 있었다. 선착장 근처의 작은 레스토랑,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마지막 식사는 해산물 빠에야.
갓 볶아진 밥 위로 풍성하게 올라간 새우와 오징어, 홍합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다향이 입안을 가득 메우는  그 음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지금껏 지나온 여정의 ‘맛’ 그 자체였다.
이 순간이 너무 좋았고 기억하고 싶어 낮에는 좀처럼 마시지 않던 맥주 한 잔을 시켜  마셨다. 선착장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이 여유로운 시간은 잊지 못할 것 같다. 파란 바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요트, 시원하게 들이켰던 맥주의 첫 모금이 어딘가 내 마음에 작은 파문을 남겼다. 언니와 눈을 맞추며 웃었고, 우리는 그저 이 도시와 지금을 음미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하나의 일정이 남아 있다. 마지막 일정으로 우리는 가우디를 만나러 간다.
구엘공원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골목길 속 그 천재 건축가의 흔적들. 대단원의 마지막, 가우디를 향한 이 여행의 종착점에서 우리는 또 어떤 감정을 마주할까?

사라고사에서의 조용한 밤과 바르셀로나로 이어지는 여정, 그리고 마지막 일정을 앞둔 지금. 함께 회사를 다니며 고생하고 웃으며 동고동락했던 언니와의 이 시간들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20대를 같이 지내온 우리는 어느샌가 20대의 엄마가 되어 이제야 자유롭게 여행 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이 여행은 끝이 아니길 바라며..
그리고 우리는 스페인에서 마지막 일정인 가우디의 세계에서 그 여정을 완전히 마무리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