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0일 오후,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보석 같은 도시 세비야(Sevilla)를 찾았습니다. 그날의 따스한 햇살과 정적인 공기,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한데 어우러지며 마치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세비야의 예쁜 거리, 웅장한 대성당,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감정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세비야의 봄날 풍경, 걷기만 해도 힐링되는 거리
세비야의 거리는 마치 중세 유럽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3월 중순, 봄기운이 완연히 퍼진 도시에는 보랏빛 자카란다 나무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고, 작은 돌길 사이로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고 있었습니다.좁은 골목길마다 개성 넘치는 벽면 타일 아트와 화려한 철제 발코니가 이어져 있어, 단순한 산책조차 예술작품 감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느 거리에서는 기타 연주를 하던 노인이 있었고, 향긋한 오렌지 꽃 냄새가 바람결에 퍼졌습니다.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거리를 걷고 있었지만, 모두가 그 순간을 천천히 음미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자리한 노천카페에서는 커피잔을 사이에 두고 담소를 나누는 이들이 있었고, 광장에서는 아이들이 비눗방울을 쫓아 뛰어다녔습니다. 걷는 것만으로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고, 모든 것이 평화로웠습니다. 세비야는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자, 감성적인 예술작품이었습니다.
세비야 대성당, 유럽의 역사와 신비가 깃든 공간
거리 산책 끝에 마주한 세비야 대성당(Catedral de Sevilla)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이 성당은 그 웅장한 규모와 정교한 건축미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15세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외관만으로도 중세의 위엄을 드러내며 방문객을 압도합니다.성당 내부에 들어서자 거대한 기둥들과 황금빛 제단, 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콜럼버스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는 점은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기도하는 이들, 조용히 그림을 그리는 이들, 고개를 들고 천장을 감상하는 이들까지…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 공간을 마주하고 있었습니다.대성당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은 히랄다 탑(Giralda)에 올라 세비야 시내를 내려다보았던 장면입니다. 도시 전체가 주황색 지붕과 흰 벽돌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멀리 구불구불한 과달키비르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세비야의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깊이 울림을 느꼈습니다.
여행에서 느낀 감동, 잊지 못할 세비야의 하루
세비야는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도시가 아닙니다. 걷고, 느끼고, 머무는 그 순간 자체가 여행의 본질을 깨닫게 해주는 곳이었습니다. 거리에서는 예술과 일상이 공존하고, 대성당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감동이 밀려옵니다.무언가를 열심히 보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눈을 감고, 공기의 냄새를 맡고, 가만히 도시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이번 여행은 짧았지만, 깊은 울림을 안겨주었습니다. 세비야의 풍경은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제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돌아오리라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하며, 세비야와의 짧은 만남을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