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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카마쓰 그랜드CC 골프후기 : 위치, 클럽하우스 식사, 골프장코스

by urbanisy 2025. 6. 25.

일본 다카마쓰 골프 라운딩 마지막 날, 2025년 6월 3일까지 다카마쓰에 있을 예정이지만 마지막날은 시내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기로 해서 6월 2일이 마지막 라운딩일정이었습니다. 전날 로열 CC에서 27홀을 돌고도 피로가 남지 않았던 건, 여유로운 라운딩과 저녁에 온천에서 피로를 회복해서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날은 다카마쓰 외곽에 위치한 그랜드 컨트리클럽(Grand Country Club)에서 또 한 번의 27홀 라운딩을 소화했습니다. 전반 9홀 후 클럽하우스에서 냉우동 정식과 와규 정식을 나눠 먹고, 후반 18홀을 연달아 돌았던 하루. 여기선 라운딩도 식사도, 모든 것이 ‘절제된 자연’처럼 느껴졌다. 기억에 오래 남을 마지막 골프장의 하루를 기록합니다.

다카마쓰 그랜드CC

묵직하게 시작한 전반 9홀 – 그랜드 CC의 첫인상 (그랜드 CC)

주소 : 香川県木田郡三木町朝倉2227-3 (2227-3 Asakura, Miki, Kita District, Kagawa 761-0614 Japan)
TEL : +81 087-898-2281 FAX 087-898-7533

호텔에서 출발한 시간은 오전 7시 10분. 새벽에 비가 왔는지 아침에 나오니 약간의 습기를 머문 땅과 습한 공기로 오히려 덥지 않고 너무 좋았습니다. 차창밖으로 비구름이 걷히면서 햇살이 비치던 길 위에서, 오늘 라운딩은 어떨까 조심스레 기대해 봤습니다. 그랜드 CC는 예상보다 깊은 산속에 있었습니다. 골프장 진입로엔 커다란 소나무들이 멋지게 늘어서 있었고, 클럽하우스 입구에 들어서니 조용하고 정적인 공기가 먼저  우리를 반겼습니다. 호텔에서는 여행 오신 한국분들을 많으셨는데 골프장에서는 전혀 한국분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오늘도 친절한 일본분들 덕분에 전혀 낯설지 않은 라운딩의 시작입니다.

 그랜드CC는 사누키 평야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36홀 골프장입니다. 회원제 18홀과 대중제 18홀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회원제 코스나 대중제 코스나 어느 곳에서 라운드를 해도 상관없지만 두 코스의 차이점은  대중제 코스는 캐디가 없이 플레이가 가능한 코스이며, 회원제 코스는 캐디가 의무적으로 동반해야 하는 코스입니다. 간혹 일본 골프 여행에서 노캐디가 불편하신 분들의 경우에는 회원제 코스를 이용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저희는 오늘도 자유로운 셀프 플레이를 지향하므로 셀프 카트를 타고 1번 홀로 진입했습니다. GPS 화면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안개 걷힌 숲과 낮은 구름 사이로 드러난 페어웨이였습니다.
코스의 시작은 파 4. 거리보다 방향이 중요했고, 안개로 앞이 막혀 있는 첫 홀이 주는 긴장감이 짙었지만 명랑골퍼답게 드라이버를 날렸습니다. 넓은 페어웨이에 좌우로 흐드러진 나무들과 낮은 구름, 새들의 소리는 이른 아침 라운딩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 홀에서 투온의 기쁨도 잠시 초보골퍼답게 첫 퍼팅에서 3 펏을 기록, 슬펐지만 다음 홀을 기약하며 정신 차리고 두 번째 홀에 진입했습니다. 이 골프장은 '쉽지 않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무리하지 않으면 온전히 즐길 수 있었지만, 방심하면 바로 양파가 기다리고 있다 생각하며 한 홀 한 홀 집중해서 신중하게 플레이했습니다.  방심하지 않으려고 집중한 탓에 짧은 9홀이었지만 체감 시간은 길었습니다. 아침에 너무 과하게 먹지 않으려고 간단하게 식사를 했더니 역시 뱃속의 시계는 정확했는지 배가 고파졌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의 짧은 휴식 – 냉우동과 와규정식 (식사)

오전 9홀을 마치고 도착한 클럽하우스는 작고 단정했습니다. 라커룸에서 잠시 땀을 닦고 2층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메뉴판을 펼쳐보다 직원에게 추천해 달라고 하니 냉우동 정식과 와규 정식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냉우동정식은 차가운 쯔유 국물에 쫄깃한 면이 담겨 있었다. 도톰한 튀김 두 조각, 간단한 샐러드와 밥, 오니기리가 함께 나왔습니다. 역시 일본은 우동과 메밀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여름의 한가운데도 아닌 6월 초에도 이 차가운 한 그릇이 주는 상쾌함은 꽤 컸습니다. 반면 와규 정식은 씹을수록 고소한 기름이 배어 나오는 얇은 소고기 구이. 가이세키 스타일처럼 깔끔하게 담긴 반찬들과 밥, 그리고 된장국까지, 일본 음식 특유의 ‘많지 않은데 충분한’ 구성이었습니다. 기름 많이 나와 느끼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 입맛이 맞지 않았지만 일본에 왔으니 그래도 한번 도전할만했습니다.
식당은 전체적으로 조용했습니다. 옆 테이블엔 중년 일본인 골퍼들이 앉아 있었고, 일본인답게 그 많은 골퍼들이 있지만 누구 하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 조용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저에겐 너무 좋은 식사였습니다. 창밖으론 나무가 보였고, 햇살은 유리창을 통해 테이블 위를 비췄습니다. 그 모든 풍경이 식사의 일부처럼 느껴졌던 시간. 라운딩 중간의 식사라기보다, 마치 코스와 코스 사이에 놓인 작은 힐링의 시간 같았습니다.

코스는 깊어지고, 플레이는 더 집중된다 – 후반 18홀 (27홀)

KANIWA 코스로 시작된 후반, 라베해보겠다는 각오로 오전보다 더 신중을 기하였습니다. 평탄하지만 도그레이션 홀들이 있어 눈으로 보고 칠 수 없는 홀들이 많아졌습니다. 거리가 많이 나는 남편은 OB가 나서 공을 좀 잃어버렸으나 일본이 평일이라 남편과 저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27홀 라운딩에서 멀리건을 10개씩 사용했습니다. 우린 명랑골퍼인 동시에 전지훈련 온 것이었기에 한 타라도 더 치자며 서로에게 파이팅을 해주었습니다. 마지막 후반 9홀은 클럽 선택을 신중히 했고, 티샷 후 볼이 떨어지는 곳을 찾아가는 것도 재미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파3 12번 홀. 짧지만 연못을 가로지르는 티샷 구간이 있었고, 그린 주변으로 벙커가 여러개 있어 거리 조절을 아주 세밀하게 해야 했습니다. 동반자는 공이 벙커에 빠졌고, 저는 다행히 그린에 안착, 우연인지 실력인지 일본에서 첫 버디를 성공했습니다. 보기플레이어였던 저에게 자신감을 준 홀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더욱 코스 하나하나의 집중력을 높여가며 플레이를 하였습니다. 마지막 홀은 직선의 파 5. 마지막 코스라서 그런지 왠지 장엄한 느낌이 났고 마무리를 잘하자는 맘으로 한타 한타 신중을 기한결과 남편과 저는 파로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가 끝나는 순간, 약간의 아쉬움과 사고 없이 잘 진행되었다는 기쁨에 서로를 격려하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그랜드 CC의 27홀은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2025년 6월 2일. 다카마쓰 골프 여행 마지막 일정으로 찾은 그랜드 컨트리클럽은 산과 숲, 바람, 그리고 묵직한 코스가 주는 정적인 라운딩의 정수였습니다. 냉우동 정식은 여름의 시원함을, 와규 정식은 일본의 정갈한 미식을 담고 있었으며 이 모든 경험은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메김하였습니다.
27홀이라는 숫자보다, 그 안에 담긴 즐거움과 행복, 풍경과 식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조용히 스스로와 대화하며, 자연 속에서 스윙을 이어가고 싶은 분이라면 그랜드 CC는 그 자체로 훌륭한 목적지가 될 것입니다.